1999년에, IMF 직후였지만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 두 개의 게임이 피씨통신망과 원클릭 양쪽에서 돈을 박박 긁어모으던 시절에, 게임개발자들끼리 모이면 온라인게임이 대체 왜 '저렇게까지' 인기가 있는 거야? 라는 질문에 대해서 머리를 싸매곤 했었다. 그때는 이 고민을 하던 사람들도 참 마이너였다. (이당시에 알려진 온라인게임이라고 해봐야 외제 '울티마 온라인', '바람의 나라', '리니지' 세 개 뿐으로, 그때는 그래픽 머드, MUG라 불렸고 지금은 MMORPG라고 불린다. 일단 온라인게임이라고 하는것을 MMORPG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당시에 사람들이 보통 했던 답은 당시 유행이던 '가상세계 및 가상의 나'와 연관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게임이 현실도피처라는 것으로, '아바타가 나보다 잘나가는게 좋아서.' '현실에서는 못하는 것을 온라인에서 대신할 수 있어서.' 그러므로 사람들은 아바타를 꾸미는것을 좋아할 것이고, 아바타가 멋진 자동차를 타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이 개념의 연장선에서, 가상세계성을 극대화시킨 다른 아이템들이 바로 이어나왔다. 조이시티라던가, 사이버 에버랜드같은 식의 아바타 중심의 가상세계들이었고...얼마 후 모두 망해버렸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PK와 권력에 목이 말라있었다는 것이었다. 울티마 온라인에서 창궐하던 PK에 대한 화제가 리니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통계상의 '대부분의'유저들은 울온이나 리니지를 하면서도 남에게 해꼬지 한번도 안하고, 공성전 한번도 안하고도 평화롭게 재미있게 잘 놀았다. 게임개발자들 중에, 사람들 안죽이고도 재미있는 에버퀘스트 빠돌이가 다수 양산된 이후로는 이 아이디어도 잠잠해졌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그럴듯하게 들렸던 답은 이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월 3만원으로, 매일 매일 놀아도 재미있는 놀이라는게 세상에 이것밖에 없어서.' 당시가 IMF여서 백수가 PC방에 창궐한 시대이니 맞는 이야기 같긴 하지만, 사람들은 그 뒤에 나온 수많은 '더 싼 게임' 심지어는 '공짜 게임'으로 가지 않았다. 인기있는 온라인게임에 빠진 후 들이는 돈, 혹은 들일 마음이 있는 돈의 액수가 그보다 훨씬 커지는 경우가 많아, 결국 답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것과 다른 몇가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이 지금같이 유행하지 않던 시절에 온라인게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처음 접하는 인터넷 브라우저였다. 그 시절의 인터넷은 일반인에게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지금같이 재미있는(그리고 하등 쓸데없는) 정보가 다양하게 모이는 곳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 간단한 클릭 인터랙션을 통해 정보를 얻고, 다른 사람과 나를 연결하고, 새로운 정보를 획득할 최소한의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재료를 수집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그를 통해 특정한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는데에 있다고 치면.. 그 당시에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는 그 역할을 해주지 못했고.. 온라인 게임들이 그 자리를 채웠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렇다. 네이버도 DC도 재미있지만, 거기서 얻은 정보는 보통 그 다음 단계로 연결되지 않고, 내일 또 들어오지 않으면 안될 이유를 제공해주는 곳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빠른 인터랙션을 통한 재미, 지속적인 정보의 제공, 의미가 있는 커뮤니티, 자기 가치의 구축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하나 정도씩 밖에는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은-MMORPG는 이 모두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이 네개가 적절히 구성된 데다가 기술적으로 안정된 (참으로 드문) 온라인게임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그걸 너무나 재미있어하고.. 결국은 거기에 '중독' 된다.
나는 온라인게임을 스탠드얼론 게임의 연장선상에서 보지 않는다. MMORPG가 제공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넓은 인터랙션의 기회이다. 게임개발자 관둔 지금에도 나는 MMORPG를 장르로써 참으로 사랑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장르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언제나 가운뎃 손가락을 내밀고 욕해줄 마음이 있다. 그게 내가 실명 까인 후 자제하던 이 싸이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다.